1960년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여성화가‘마가렛 킨(Margaret Keane)’의 작품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하였습니다. 팀 버튼(TimBurton)의 영화로 국내에 잘 알려진 ‘빅 아이즈’시리즈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의 회고전입니다. 누구나 한번 보면 매료되는 큰 눈을 가진 소녀의 그림 때문에 어린아이들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전시입니다.
두 살 때 수술로 잠시 청력이 손상되었던 그녀는 눈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졌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유난히 눈을 강조한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빅 아이즈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크고 슬픈 눈의 여성, 아이들, 동물 그림은 미국 대중들을 사로잡고 엄청난 판매로 60년대 미국 미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여성 작가로서 이름을 내세우지 못하고, 자신의 그림을 남편의 이름으로 알리고 팔아야 했습니다. 남편 월터의 이름으로 성공을 거두자 그녀는 다른 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모딜리아니풍의 길고 섬세한 여성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는 자신을 숨긴 채 그림을 그려야 했던 그녀가 그림을 지키는 고군분투 스토리를 마치 드라마처럼 담아냈는데요.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에게 속아 협박과 학대를 받으며 어두운 방에서 하루에 16시간 이상 그림을 그리지만, 작품에 자신의 서명도 하지 못합니다. 성공에 취한 남편 월터가 자신의 그림이라 주장하는 것을 보고도 딸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거짓말을 묵인한 채 그녀는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내면 깊은 곳부터 망가져 가는 그녀의 삶이 그림을 통해 짙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전시장을 찾은 어떤 이의 발언으로 그녀는 세상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의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부인은 그림을 그릴 줄 아시나요?”라는 물음에 그녀는 이름을 되찾기로 다짐합니다. 남편의 그늘에 숨겨진 화가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드러낸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를 따라 내러티브하게 전시가 구성되었습니다.
영화자료와 다큐멘터리 사진 등을 함께 구성하여 더욱 입체적인 관람이 가능하고 전시관 내 프로그램으로 정규 도슨트 및 특별 도슨트 운영으로 작품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가 부상하던 시기에 주류 갤러리와 평단에서 외면받았던 것과 반대로 킨 은 여성이라는 벽과 예술의 편견을 한꺼번에 뛰어 넘었습니다. 비평가들에게는 저급한 키치 예술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으나 대중예술의 상업화에 혁명을 일으킨 것이죠. 그녀는 대상을 그저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 속에 감정을 담고 특정계층만이 누리고 있던 고급예술을 벗어나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고 소유할 수 있도록 포스터, 엽서 형태의 복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며 유명세를 탔고, 작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하나의 미술 운동이되어 키치 전체 문화를 상징하게 됐습니다. 90세를 넘긴 그녀는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며 작가적 예술성이 살아 숨 쉬는 것을 보여줍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워 키치(Kitsch)의 시작이 된 여성화가 마가렛 킨. 이번 전시를 통해 시대의 장벽을 허문 여성 화가로서 그녀의 삶과 작품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