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뮤지엄에서 <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展이 2019년 2월 14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립니다. 마스터 일러스트레이터들을 포함해 최근 독창적인 작업으로 세계 각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16인의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오브제, 애니메이션, 설치 등 약 35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는 익숙한 듯 새로운 풍경을 펼치거나 내면으로의 여정 등을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선보입니다. 전시장 외벽에 ‘하얀 종이를 보면, 꼭 그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에게 드로잉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라는 미국 화가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의 말로 전시 시작을 알립니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최재훈 작가의 인트로 애니메이션이 시작됩니다. 각 공간은 전문 조향사들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특별한 향(scent)과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이 선별한 사운드가 함께해 공감각적인 전시로 꾸며졌습니다.
첫 번째 공간은 엄유정(한국, 1985) 작가의 인물 드로잉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인물 드로잉 작품을 보면 인체를 사실적으로 그리기 마련인데 작가의 그림은 마치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담백한 선들로 표현했으며 눈, 코, 입 역시 동그라미, 직선으로 단순화했습니다.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드로잉이지만, 작가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다 표정, 몸짓, 동작, 상황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그림을 읽는 것이고 언어를 감상하는 것이다.”라는 마치 명언 같은 말을 남긴 피에르 르탕(Pierre Le–Tan, 프랑스, 1950). 작가는 십자 긋기(cross-stitch) 화법으로 대상의 형태와 음영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가까이 보면 빗금을 여러 번 겹쳐 음영효과를 주었으며, 인디언 잉크, 연필, 오래된 과슈(gouache)만으로 단순하게 표현하는 작업을 즐겼습니다. 7세 때부터 예술 작품을 수집해 중국의 도자기, 앤디 워홀, 알베르토 자코메티,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대가의 작품들도 수집했습니다. 작품 속에 나오는 골동품은 자신의 작업실 있는 것들을 주로 그렸다고 합니다.
오아물 루(Oamul Lu, 중국, 1988) 작가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파스텔톤의 색채 때문에 여성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색을 다채롭게 사용했다는 뜻이겠죠. 오아물 루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게 되고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계절이 살그머니 바뀔 때, 기온과 빛 그리고 도시의 윤곽과 숲의 짜임새도 함께 변화한다. 이 모든 것이 영감을 자극하고, 나는 눈과 붓으로 세계 각지의 사계절 변화를 수집한다. ” 작가가 말한 것처럼 작가는 자연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사계절을 담은 그림과 여행을 다녀와서 그린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공간으로 이동하면 언스킬드 워커(Unskilled Worker, 영국, 1965)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정식으로 예술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으며 48살 때 작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른 시기의 임신과 암투병 등 다사다난했던 인생 스토리를 자신의 작품에 다양한 상징으로 담았습니다. M2로 이동하는 계단엔 람한(한국, 1989)의 작품이 있습니다. 작가는 90년대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작품 속에는 고무동력기, 브라운관 텔레비전, 전화기까지 다양한 소품들이 추억을 소환합니다. 작가는 물건마다 캐릭터를 갖고 있으며, 그 소품들을 통해 인물을 보지 않아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동식물을 세밀하게 묘사한 케이티 스콧, 벽면 전체를 드로잉 룸으로 꾸민 페이 투굿, 구슬모아당구장에 참여했던 작가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남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