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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일칼럼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9-05-07 (화) 10:58 조회 : 1663
괄도네넴띤

2019년 2월, 팔도 비빔면 35주년 한정판이 출시되
었습니다. 35주년 기념 비빔면은 기존 비빔면보다 5배 매운맛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그 표지에 제품 이름을 ‘괄도 네넴띤’이라고 표기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괄도 네넴띤’은 잘못된 표기 같지만 조금 비틀어 보면 ‘팔도 비빔면’으로 읽히는 일명 ‘야민정음’에서 따왔습니다. 

‘야민정음’은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국내야
구갤러리에서 재미를 위한 말장난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모양이 비슷한 글자들끼리 서로 바꿔 쓰는 방법으로 말을 재미있게 쓰는 놀이가 발전된 형태입니다. 이 사이트의 야구 관련 게시판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주로 변형되고 쓰여서 야민정음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퍼져서 지금은 다양한 소셜미디어들을 포함한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 전반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젊은 세대들이 주로 쓰는 단어들에 
이런 ‘야민정음’으로 쓰는 말들이 있는데요.


세종머앟 (세종대왕)
머대리 (대머리)
머전팡역시 (대전광역시)
띵문 머학교 (명문 대학교)
불후의 띵곡 (불후의 명곡)
윾니클로 (유니클로)
판팡띵물 (관광명물)
윾재석 (유재석)
윾튺브 (유투브)
끤란드 (핀란드)
끨리끤 (필리핀)
비이버 (네이버)
댕댕이 (멍멍이)

어떠세요? 단어를 그냥 봤을 때는 이상한 말 같지만, 다시 비슷한 모양으로 해석할 때 그 의미를 볼 수 있죠. 아마 이런 ‘야민정음’을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그냥 한글을 쓰면 되지 왜 일부러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단어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이런 문화 현상 자체를 해석하는 것은 약간 ‘꼰대’스럽긴 하나 그래도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두 가지 정도가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단어를 다른 방식으로 쓰는 것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죠. 똑같은 일상 중에 반복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단어들을 다른 식으로 바라보고 싶고 다르게 쓰고 싶다는 욕구입니다. 불필요한 듯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은 세상을 조금씩 발전시킵니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기. 생각해보면 초대 그리스도인들도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핍박을 견뎌냈습니다. 이 땅을 살고 있지만, 복음을 접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갖게 되었죠. 여성들을 리더로 세우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는 완전히 ‘다른’ 공동체이자 ‘대안’의 공동체였습니다. 야민정음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연대감입니다. 자신들만의 언어를 쓰면서 같은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것이죠.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단어를 비틀고 바꾸어 쓰면서 킥킥거립니다. 그리고 그 킥킥거림은 함께 킥킥거릴 때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 못 해도 괜찮습니다. 자신들의 공통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교회 공동체에도 이러한 ‘연대의식’이 있었습니다. 그저 물고기 모양의 ‘익투스’가 초대 교회 사람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상징으로 쓰인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핍박과 고통 중에도 자신들의 이야기, 곧 복음을 공유했기에 그들은 연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삶 속에 이 ‘야민정음’ 정신을 조금 더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기독교적 전통만을 지키려 하지 말고 그 가치를 다르게 생각해보고 실천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복음이라는 연대를 조금 더 확장해보는 연습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김선의 목사 (가까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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