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리를 들으며 사십니까?
“우리는 들을 수 있는 소리만 듣는다. 주파수가 너무 높거나 낮은음은 들을 수 없다. 지진파는 너무 낮아서 들리지 않는다. 돌고래가 내는 소리는 일부만 들을 수 있고, 박쥐의 초음파는 너무 높아서 듣지 못한다.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높고 가늘게 들리다가 어느 순간 고요해진다. 그렇다고 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듣지 못할 뿐이다(말과 침묵, 김소일).”
우연히 접하게 된 이 문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먼저, 내가 듣는 것이 세상의 모든 소리가 아니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듣지 못하는 것일 뿐 그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가 경험하는 것을 전부라 생각하는 오만함을 가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비단 소리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또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듣고 살지 않아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간의 청력을 넘어서는 높고 강한 소리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청력에 손상을 가해 결국에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소리를 존재하게 하시면서도, 들려야 할 소리만 듣게 하심으로 인간을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우리는 들을 수 있는 소리만 듣는다.” 마치 마중물처럼 많은 생각을 길어 오르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육체라는 차원, ‘청력’이라는 차원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마음이라는 차원, 영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본다면 마땅히 알아야 할 진리의 다른 측면은 보여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는 들을 수 있는 소리만 듣는다”에서 멈춘다면 “어쩔 수 없어. 나는 이런 소리만 들을 수 있고, 저 소리는 들을 수 없으니까”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책임은 없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우리는 들을 수 있는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에게는 어떤 소리를 들으며 살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거듭난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는 이전에 들리던 소리가 아닌 새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세상 한가운데에서 살지만 하늘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는 들을 수 있는 소리만 듣는다”에서 “우리는 어떤 소리를 들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들을 소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을 삽니다. 들어야 할 소리보다는 듣지 않아도 될 소리, 아니 들어서는 안 될 소리가 더 많은 세상입니다. 사람들이 뱉어내는 수많은 말들, 수많은 채널을 통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뉴스들, 찌라시라 불리는 확인할 수 없는 소문들, 의미 없고 부정적인 가십들, 그 모두는 지진파나 박쥐의 초음파와 같이 우리의 귀에 들리지 않는, 들을 수 없는 ‘가청영역’ 밖의 소리가 아닙니다. 그 모든 소리는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청영역’ 안의 소리입니다. 그러나 들리기 때문에 듣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어떤 소리를 들으며 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나의 귀를 어떤 소리에 열어 둘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어떤 소리를 들으며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실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많은 소리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귀에 전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뉴스, 인스타, 블로그 내 귀를 열어 두어야 할 곳을 정돈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들어야 할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를 분명하게 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소원하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며, 그것을 분명히 정한 사람에게는 그 소리가 더 크게 들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뜻을 정하는 것, 소원을 갖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그저 제가 들을 수 있는 소리, 제게 들리는 소리만을 들으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들어야 할 소리를 잘 들으며 살고 싶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음성을 잘 듣고 싶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음의 소리를 잘 듣고 싶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지체들의 소리를 잘 듣고 싶고 연약한 이들의 소리를 잘 듣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듣는 소리는 내 삶의 방향을 이끌어 줄 것이며 내 삶을 빚어갈 것이기에 저는 들어야 할 소리를 잘 듣는 사람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우리 대부분은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소리를 들으며 삽니다. 마음을 닫고 있기에, 관심이 없기에, 훈련되지 않아서 우리는 들어야 할 소리가 아닌 내가 듣고 싶은 소리를 들으며 살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선택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거룩한 의지로 듣지 않아야 할 소리를 거절하기로, 더 잘 들어야 할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기로 오늘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연습하십시오.
오늘 내가 들어야 할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를 생각해봅시다. 우리 모두에게 샬롬이 있기를 바랍니다.
김건우 목사 (좋은씨앗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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