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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로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4-11-20 (목) 14:03 조회 : 3051
위로
 
Ⅰ. 생각해 본다.
위로, 그것은 지금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오래 된 악의 그림자가 물 밑에서 올라와 그 실체를 드러냈고, 그로 인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대상은 몇몇 사람들이 아니라 국가 전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온 몸과 마음이 마비되었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일을 멈추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하고 묻고 생각하고 얘기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침몰 이후 단 한 사람도 구조되지 못하고 단번에 모두 잃어버린 목숨들에 대하여 다 함께 온 몸이 물이 되도록 울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충격과 마비 상태로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살아 낼 수 있을지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진실로 크고 위대한 위로가 절실했습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요?  속으로 목 놓아 울면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할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입니다.
 
가장 슬픈 자들을 공감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치유될 때 우리도 더불어 치유될 것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진실을 명료하게 밝혀 달라고. 귀 기울여 듣고 그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들을 위로하고 나 또한 위로 받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Ⅱ. 감상해 본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Oil on Cotton, 232×172㎝ 바다를 알고 그리움을 그려 낸 화가, 김환기의 그림입니다. 전남 신안 앞바다의 작은 섬에서 사면을 두른 바다를 보며 자란 그의 그림에는 한국의 푸른색이 여러 모양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한국 근대 미술의 거장답게 그는 서양의 모더니즘을 한국적인 것으로 완벽하게 해석해 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죽음을 맞기 몇 년 전 뉴욕에서 고국과 그리운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대형 캔버스 위에 점을 찍어 나갑니다. 그의 친구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읽고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진도 앞바다의 슬픔은 밤하늘의 어둠만큼이나 깊습니다. 이제 그 슬픔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하늘 위로 끌어 올려야 하겠습니다. 고개를 떨구어 절망하지 않고 하늘을 바라며 희망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말입니다. 
 
희생된 한 사람 한 사람을 먼저 우리의 마음에 묻고 그들의 영혼을 하늘로 보내드립니다. 그리운 사람들이 보고 싶을 때는 우리의 모습을 어둠 속에 겸손히 가리고 하늘을 올려다 볼 것입니다. 우리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저녁 무렵부터 그들은 점점 밝게 빛을 내며 우리를 내려다 볼 것입니다.
 
Ⅲ. 읽어 본다.
 
저녁에_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 시를 읽은 화가는 마지막 소절을 붙들고 ‘만남’에 대한 간절함으로 한 점을 찍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현실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이렇게 갑작스럽고 나쁜 방식으로 이별한 수많은 관계들이 그냥 방치될 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잊혀 질 리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라는 공동체의 이름으로 기억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위로하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걸어가 영원한 만남으로 가는 길을 내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정호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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