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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을 반딧불이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4-11-18 (화) 21:24 조회 : 3040
상처가 클수록 더 밝게 빛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정의신’의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그는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동시에 주목을 받은 재일교포 연극인입니다. 일본과 한국 관객에게 동시에 사랑받고 있는 그의 이야기에는 늘 소외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묻어납니다. 섬세한 감정묘사와 웃기지만 과장되지 않은 담백한 유머코드는 보는 내내 사람의 마음을 따뜻한 담요로 덮습니다. 그의 작품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가을 반딧불이>는 2001년에 일본에서 초연된 후,
 한국에서는 지난 해 초연된 작품입니다. 변두리의 이름모를 한 보트 선착장. 여기서 스물 아홉 청년 ‘다모쓰’는 삼촌 ‘슈헤이’와 함께 21년 째 살고 있습니다. 다모쓰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분페이’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지만 슈헤이와 가족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평온하던 이 보트 선착장에, 어느날 불청객들이 찾아옵니다. 슈헤이의 애인이자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마스미’와 어쩌다 여기에 흘러들어온 ‘사토시’. 사토시는 갈곳도 없으니 같이 살게 해주지 않으면 콱 죽어버리겠다고 우겨대며 막무가내입니다.
 
시끌시끌한 두 사람은 일상에 끼어들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불청객 마스미와 사토시는 다모쓰와 가까워지려고 애쓰지만, 다모쓰는 이들과 차가운 거리를 유지합니다. 셋의 결코 합쳐질 수 없는 이질감이 점점 벽처럼 쌓이게 되고, 서로 갈등이 깊어지자 결국 다모쓰는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해버립니다. 
 
짐을 챙기러 들어온 날, 슈헤이는 유일한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아 다모쓰를 말립니다. 지켜보던 마스미는 자신으로 인해 슈헤이가 상처받는 것이 싫다며 자신이 나가겠다고 하고, 슈헤이 역시 자신이 나갈테니 모두 그만두라고 말해 상황은 극에 치닫습니다. 서로가 ‘이 집을 나가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통에 마스미가 넘어지고, 배가 아프다고 뒹구는 마스미를 병원으로 옮기게 되는데...
 
대체 이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단 네 명이 펼치는 좌충우돌 소동은 좋은 배우들을 만나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최근 뮤지컬 <아가사>에서 만날 수 있었던 양소민, 진선규, 오의식과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정연, 또한 연극무대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온 김정호, 이도엽, 김한 배우, 신예 김지용이 만나 새로운 가족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으로 2013년 제 6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 연출가상을 수상한 김제훈 연출은 ‘어딘가로 잠시 떠나야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무대 위에 구현하고 싶었다’며, 이 작품을 보고 집으로 가는 관객들이 길목에서 잠시 접어두었던 감성을 다시 살리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습니다.
 
결코 하나가 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과정. 요즘처럼 깨어지는 가족이 많은 때일수록 가족 간의 정이 간절해진 시대가 또 있을까요. 피한방울 섞이지 않아도,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고...  때로는 싸우고 다투는 시간들이 있을지라도 서로의 아픈 살을 부비고 토닥토닥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가족입니다. 
 
마음속에 꽁꽁 숨겨놓은 아픔은 아마 평생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한번 꺼내고 나면 훨씬 크기가 작아져서 다시 들어간다고 합니다. 아픔 때문에 서로를 미워하지만 아픔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 그 또한 가족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힐링(Healing)’은 어쩌면 아픔을 숨기고 집어넣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렵더라도 꺼내고 드러내도록 할 때 일어나는지도 모릅니다. 반딧불이가 밤하늘의 별처럼 부단히 빛을 내고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더 밝게 빛나는 것, 그것이 사람 관계의 신비가 아닐까 합니다.
 
 
INFO
 
일시 : 2014년 6월 19일(목) ~ 7월 20일(주일)
         화,목,금 8시 / 수 3시, 8시 / 토 3시, 6시 / 주일 3시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작 : 정의신
연출 : 김제훈
출연 : 조연호 김정호, 이도엽, 김한, 진선규, 양소민, 정연, 오의식, 김지용
티켓 : 1층 지정석 4만원 / 2,3층 자유석 2만 5천원
문의 : 조은컴퍼니 02-765-8880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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