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고민, 빛나는 고전(古傳)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
이 오랜 고민은 셰익스피어의 명작 ‘햄릿’의 대사이자 현존하며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겪는 철학적 고민입니다.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던 햄릿은 피 끓는 청춘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철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연극 <햄릿>의 손진책 연출은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이라고 말했습니다. 인류가 영원히 고민해야 할 문제를 담고 있는 것. 이것이 약 400년 전에 쓰인 고전이 지금까지 공연될 수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위해, 2024년에 돌아온 연극 <햄릿>은 무대와 의상을 통해 더 상징적, 사유적인 무대미술을 선보입니다. 또한 배우들은 연극적 판타지를 걷어내고 관객과의 소통을 극대화하는 연기를 펼칩니다. 손진책 연출은 “이번 햄릿은 통시성은 그대로 가져오되 더 감각적이고 격조 있는 현대의 햄릿을 선보이려 한다. 경륜 있는 배우들이 주축을 이루는 만큼 그들의 존재감과 연기력으로 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새로운 프로덕션의 방향성을 설명했습니다.
연극 <햄릿>은 지난 2016년 연기 인생 도합 422년 내공의,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9명의 배우가 모여 공연하며 전회가 매진되었고, 2022년 팬데믹 시기에는 위축된 연극계를 깨우기 위해 초연의 원로 배우와 젊고 유망한 배우들까지 총 16명이 함께 세대를 아우르는 명품 연기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어 올해 2024년에는 공연 수익을 故 차범석 탄생 100주년을 맞은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하여 창작예술의 기본이 되는 창작희곡의 발굴과 연극인들이 본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개선에 일조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유명 배우들이 크고 작은 역할의 비중을 논하지 않고 모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캐스팅되어 무대에 오르는 24명의 배우는 연극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원로 배우와 공연계 대표 배우들입니다. 60년 경력의 최고령 배우 전무송, 이호재부터 각종 연극, 연기상을 휩쓴 중견 배우들 그리고 첫 연극 데뷔를 앞둔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루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입니다. 지난 시즌에 참여했던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손봉숙, 길해연, 강필석, 김명기, 이호철 배우와 새롭게 투입되는 이호재, 김재건, 길용우,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전수경, 박윤희, 이항나, 이승주, 양승리, 이충주, 정환, 루나 등이 열연합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세 번의 시즌에 빠짐없이 참여했으며, 이번에는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 역으로 돌아온 배우 정동환은 ‘햄릿은 영원한 작품이다. 언제든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는 것이 기쁨이다. 특히 이 프로덕션은 여러 나이대의 배우들이 골고루 참여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할 것 같아 기대가 된다’라며 작품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연극 <햄릿>에 담겨있는 삶과 죽음은 우리의 일상에도 그대로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 경계는 때로는 명확하게, 때로는 모호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The time is out of joint.” ‘뒤틀린 세상’ 속 햄릿은 죽음을 향해 나아가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뭅니다. 이 작품이 철학적 고민의 경계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 관객과 만나며 연극계 활성화를 위한 예술적 경계를 허무는 작품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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